조금전 웹사이트의 버전업을 진행했다. 동작하기는 하는데 왜 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원인을 파악할 겨를이 없다. 일단 되니까 배포를 진행한다. 기능 하나를 배포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참아왔던 화장실로 향한다. 10분 뒤, 화장실에 간 사이 슬랙 이슈 채널에 스레드가 올라온다. 강력한 느낌표들과 함께 웹사이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업부 관계자들의 외침이 올라온다. 메인페이지가 테스트용 페이지로 잘못 뜬다고 한다. 결제 페이지는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가 나온다고 한다. 이전 일본 대상으로 사이트를 오픈했을 때의 코드가 섞여 들어간 것 같다. 아 이런 오늘 물 한잔하지 못하고 일했는데 사고가 나다니. 내가 너무 조급했지 더 검토하고 천천히 할껄,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자리로 달려간다.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진행한다. 방금 같은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개발을 다 하고 천천히 검토해야 했는데 무리하게 배포했다.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회사가 나에게 일을 많이 줘서 그런가? 아니다. 물 한 잔 할 시간이 정말 없었나? 아니다. 당장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가? 아니다. 다만 그냥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 했을까? 빨리 끝내고 빨리 쉬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빨리 기능을 개발했어요! 여기를 보세요.라고, 외쳤던 것은 아닐지.
공자는 자로에게 욕속부달이라는 말을했다.
欲 : 하고자 할 욕
速 : 빠를 속
不 : 아닐 부
達 : 통달할 달
한자 말 그대로 무언가를 빠르게 하고 싶을수록 달성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로가 장관이 되자 급히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눈에 보여 한 말이다. 오늘 사고를 치고 이 말을 되돌아보게 된다.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도 생각난다. 프린스턴 신학대 교수가 신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 준비를 시켰다. 그리고 발표 당일 첫 번째 그룹에는 5분 뒤에 발표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고 전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시간이 넉넉하다고 하며 발표 장소를 안내했다. 발표장소로 이동하는 복도에는 배우를 섭외하여 쓰러진 환자 연기를 시켰다. 환자를 마주친 신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두 그룹에서 환자를 도와주는 비율에 차이가 났다. 첫 번째 그룹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10%만이 환자를 도왔고, 두 번째 그룹은 대부분의 학생이 환자를 도왔다고 한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바쁜 것은 ‘악’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새로운 팀원분이 입사하였는데 잘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못 챙겨주는 것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뭐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 점심식사를 함께할 때도 웬지 모르게 바빠서 스몰토크도 잘 못하였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신입사원들은 싹퉁머리없는 직원이라고 하지 않을까. 바쁜사람이 되어 더 악을 행하지 말아야 겠다. 적어도 나는 내 의지로 바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욕속부달을 마음에 안고 새로 오신 분과 먼저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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