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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 회상 = 마주침 저녁 약속 때문에 오랜만에 간 삼성역. 몇 년 전 그대로 공사를 하고 있다. 언제 끝나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몇 년 전에는 직장이 이곳이어서 자주 다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들일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저 늦은 시간 맥주 몇 잔에 빨개져 버린 얼굴과 피곤한 몸을 얼른 지하철에 태워 집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뿐.3번 출구로 내려가기 직전 오른쪽 어깨 너머 익숙한 거리가 눈에 들어 왔다. 익숙함 보다는 감정을 머금은 느낌. 향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밤길이지만 분명히 알 수 있다. 몇 년 동안 잊고 지내던 이전 직장의 출근길이다.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기 전 그 길을 다시 걸어봐야겠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어둡고 휑한 길을 걸으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시간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 2026. 4. 6.
호수보다 바다에서 퇴근길 가게 상점에서 익숙한 댄스 음악이 들려온다. 현아의 버블 팝이다. 입대했을 당시에 나온 입대송인데 참 오랜만이다. 당시 워낙 인기가 많았었던지라 조교들이 훈련생들을 대강당에 집합시켜 뮤직비디오를 보여 주곤 했다. 한곳에 모여 다같이 "버블버블 팝팝!" 을 힘차게 외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었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앳된 훈련병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마치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에 잠시 작은 감정의 통로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시간을 거스르는 그 통로를 따라 앳된 훈련병이 내뿜는 긴장감, 피곤함이 연기처럼 밀려온다.훈련소에서 들었던 노래보다 더 마음을 자극하는 노래가 있다. 처음 사귄 여자 친구와의 이별을 떠올리게 .. 2026. 2. 8.
승화 첫눈이 내린다. 폭설이라고 한다. 첫눈인데 폭설이라니. P가 창밖을 보며 심드렁하게 생각한다. 주변의 직원들이 창가로 몰려들어 쏟아지는 첫눈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한다. P가 그 사이를 비집고 집으로 향한다.P의 지난 일 년은 참으로 평범했다. 특별히 기쁜 일도, 나쁜 일도 없었다. 회사에서 바쁘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맡은 일을 잘 해내었으며, 퇴근길에는 동료들과 맥주 한잔을 하며 언젠가 잊힐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약속 없는 저녁에는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헬스장을 들렸다. 언제부턴가 P는 공허함 비슷한 무엇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다.재미없어 보이는 P의 삶 속에도 희로애락은 숨어있었다. 회사에서 맡은 일을 끝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어 집중했으며.. 2026. 1. 17.
Next.js와 Hono 통합 환경에서 Authorization 헤더가 사라지는 이슈 해결기 Next.js app routerlayout.tsx(서버 컴포넌트)에서 데이터를 fetch를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서버는 Hono API 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Authorization 헤더가 사라지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해당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한 과정을 정리합니다.문제 상황프론트엔드: Next.js (App Router 기반)백엔드: Hono (TypeScript 기반 API 서버)인증은 accessToken을 쿠키에서 읽어서 Authorization 헤더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API 호출은 hono/client의 hc()로 만든 clientApi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clientApi 정의export const clientApi = hc(env.NEXT_PUBLIC_BASE_UR.. 2025. 6. 25.
소심한 일탈 회사원 E. 그는 요즘들어 무단횡단을 자주한다. 큰길은 차에 치일까 봐 무서워서 못 하고 단숨에 건널 수 있는 길에서만 한다. 작은 골목을 건널 때는 차량이 쌩쌩 달려오더라도 차보다 먼저 건너려고 한다. 원래 E는 아무리 작은 길이라도 신호는 지키는 사람이었다. TV에서 일본인들이 작은 골목에서 신호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고 생각도 했었다. 한국인이 신호를 안 지키는 모습을 보면 뭐가 저리 급해서 법을 어기는지 속으로 욕하던 E. 이 모습만 보면 그는 차없는 거리에서 혼자 꿋꿋이 신호를 지키는 모범 시민이다.그랬던 E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빨리 안 건 너냐고 빵빵대면 운전자를 한번 쏘아보고 갈길을 느긋이 간다. 작은 도로에서 차량과 동시에 마주치면 웬만하면 먼저 간다.E는 어쩌다.. 2025. 5. 17.
조급함은 악에 가깝다. 조금전 웹사이트의 버전업을 진행했다. 동작하기는 하는데 왜 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원인을 파악할 겨를이 없다. 일단 되니까 배포를 진행한다. 기능 하나를 배포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참아왔던 화장실로 향한다. 10분 뒤, 화장실에 간 사이 슬랙 이슈 채널에 스레드가 올라온다. 강력한 느낌표들과 함께 웹사이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업부 관계자들의 외침이 올라온다. 메인페이지가 테스트용 페이지로 잘못 뜬다고 한다. 결제 페이지는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가 나온다고 한다. 이전 일본 대상으로 사이트를 오픈했을 때의 코드가 섞여 들어간 것 같다. 아 이런 오늘 물 한잔하지 못하고 일했는데 사고가 나다니. 내가 너무 조급했지 더 검토하고 천천히 할껄,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자리로 달려간다.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 2025. 3. 16.